저는 아이 생일 선물용으로 30ml 잉크와 컨버터도 함께 샀습니다.
블루를 먼저 구입하고 레드는 며칠 뒤에 구입했습니다.

그립부는 펜을 바르게 쥐기에 아주 좋네요. 사파리 그립부보다 더 두껍고 부드럽습니다.
(만년필을 사용한다고 애들 글씨가 바르게 될 거라고는 기대하지 마십시오.)
쥐는 방법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지는 몰라도 위치가 딱 정해져 있으니 펜을 엉뚱하게 잡아 촉이 돌아갈 염려는 없네요.
재질은, 물컹한 고무 느낌이 아니라 좀더 딱딱한 재질입니다.
제트스트림 볼펜의 그립이 물컹한 실리콘 느낌이라면 이건 플라스틱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먼지도 거의 달라붙지 않고요, 잉크를 채을 때에 흡수하지 않고 잘 닦입니다.

기본 A촉은 굉장히 튼튼하게 잘 만들어져 있고 잉크 흐름도 풍부합니다.
끝은 둥글둥글 해서 다른 펜촉에서 나는 사각거림은 별로 없고요, 종이뜯는 기분나쁜 느낌도 없습니다.
또한 쇠가 두꺼워 필압이 좀 가해져도 충분히 견딜 것 같고요, 필각이 좀 틀어져도 끝이 동그렇게 처리되어 있어서 잘 나옵니다.
이래서 입문자용 촉인가 봅니다.
A촉 두께는 F촉과 M촉 사이라고 적혀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일반 F촉과 별 차이를 못 느끼겠습니다.

배럴은 하드우드에 속하는 단풍나무입니다.
마감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오일마감이 되어 있어서 전혀 거칠지 않습니다.
홍보 사진처럼 번들거리지는 않고 차분합니다. 잡는 느낌이 매우 따뜻하고 친숙합니다.
배럴 끝부분에는 주사위같은 게 하나 달려있는데,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펜이 굴러다니는 걸 방지하려고 붙여놓은 것 같습니다.
나무배럴이라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오염됩니다.
그러나 자신만의 흔적이기 때문에 나쁜 느낌은 아니겠죠.

캡은 플라스틱이고, 스티커로 꾸밀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클립도 없고 캡이 배럴 뒤에 꽂히지도 않습니다.
만년필 캡을 펜 뒤에 꽂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보통 뚜껑을 쥐거나 책상에 올려두고 펜을 쓰다가, 글을 다 쓰면 잉크가 마르니까 캡을 닫게 되죠.
이 펜은 두께가 얇은 펜이 아니라서 어디 주머니에 꽂아서 갖고 다닐 일도 없을 것 같네요.
필통에 넣고 다녀야죠. 앞주머니에 클립으로 꽂는 그런 멋스러운 펜이 아니니까요.

펜은 전체적으로 굉장히 좋습니다.
귀엽게 생겨서 그렇지, 어른들이 써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길이도 적당하고
펜촉이 훌륭하고 두께감이나 그립감이 좋고 무게도 대단히 가벼워 긴 글을 오래 쓰기에 적합합니다.
이 정도의 가격에 이런 펜을 만난다는 건 축복이네요.

각인은...
개인적으로는 펜에 각인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이 선물용이라 각인도 했습니다.
저는 각인이 배럴에 음각으로 될줄 알았는데, 캡에 양각으로 되어 왔네요!
이 펜은 캡에 스티커로 이름을 붙이는 공간이 있는데, 그 아래에 또 이름이 각인되어 있다니...
그래서 전화를 했습니다!
일단, 홈페이지에 각인 위치가 공지가 되어 있고요, (이건 제가 못 보고 주문한 거였네요.)
배럴이 나무라 컴플레인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캡에 해준다고 합니다.

솔직히 배럴에 각인이 있으면 손에 쥘 때 그 부분이 까칠거리기도 하죠.
나무배럴은 오일코팅이 되어있는데, 그 부분을 파버렸으니..
그럼에도 배럴에 아이 이름이 각인되어 있으면 이뿌긴 합니다. 같은 종류의 펜을 사용하는 다른 아이들의 펜과 섞일 일도 없고요.
이 펜은 캡이 플라스틱이라 레이저 각인을 할 때 플라스틱이 타면서 부풀어 올라 양각으로 된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 선물포장을 뜯었는데, 아이는 10000% 만족해 했습니다. 각인을 보고 저 혼자 "이게 뭐야!" 했지만,,
아이가 괴장히 기뻐했습니다. 그래서 레드도 깔맞춤 해주려고 동일한 위치(캡)에 각인을 넣어 또 주문했고요;;
아이가 좋아하면 됐죠. 저도 만족합니다.

어찌됐건, 초등학교 고학년 혹은 중학생 아이라면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성인이 쥐고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일반 만년필과 크기가 비슷합니다.
다만, 각인은 한 번쯤 생각하고 주문하셔야 할 것 같네요.
각인이 없는 게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